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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한경민
  • Feb 17, 2015
  • 1919
아버지의 냄새
난 아버지의 그 까칠한 손이 정말 싫었다.
내 얼굴을 만질 때면 사포 같은 그 손,
냄새도 났다.

아버지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냄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 그 냄새,
비 오기 전에 풍기는 흙냄새...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다.

난 음식점 식당보조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한테는 아버지가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거짓말했다.
소림사 주방장이
무술을 꽤나 잘한다고 믿을 때였다.

그 당시 아침이면 항상 아버지는
형과 나를 동네 점방(가게)으로 데리고 가셔서
날달걀을 한 알씩 주고 마시라고 하셨다.

그 맛은 비렸다, 엄청...

그런데 그걸 마셔야만
과자 한 봉지씩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과자는 
조립식 로봇이 들어있던 과자였는데,
그 로봇을 모으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다.
떠나시던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 날 난 병원 원무과와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장례 준비에 더 신경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 사망소식을 전하느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는커녕
아버지를 그리워할 겨를도 없었다. 

바보 같은 놈.....

39살이 된 난, 생선을 파는 생선장수다.
내 몸에서는 언제나 생선비린내가 난다.

집에 가면 딸아이가 아빠 좀 씻으라고 타박한다.
내 몸에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내 아버지의 그 냄새가 나는 걸까?

아들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내 손이 어느새
그 까칠까칠하던 내 아버지의 손이 된 걸까?

아버지가 한없이... 
때로는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아버지의 그 냄새를 다시 한 번만 딱,
정말 딱 한 번만 맡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아침에
그 비린 날달걀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러면서 애들에게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계란 껍질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좋다고 쭉쭉 빨아 먹어요? 
당신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난 웃는다.
여태껏 겨울시장 통에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동태를 손질했다. 
난 오늘도 날달걀 먹고 나온다.

또한 오늘도,
아버지의 그 냄새...
나도 생선냄새를 풍기며 일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 최승용 옮겨 정리 /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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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자리는...
세월이 지나서 내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는 존재인가 봅니다

- 이번 구정 때! 부모님 생각 많이많이 하십시오! - 


출처: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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