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학교에 도시락을 싸 와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 소년의 도시락 안에는 긴 머리카락이 한 개 들어있었다.
"야, 머리카락 들어있다!" "그래?"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빼내서 휴지통에 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었다. 소년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친구의 도시락에는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어김없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친구의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어머니, 오늘은 제 친구와 함께 왔어요!" "오, 네가 항상 말하던 그 친구가 왔단 말이냐? 그래, 이리 가까이 오너라!"
소년은 친구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그 분은 앞이 보지 못하셨다.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소설가 * 작가 * 언론인으로 유명했던 선우휘(1922~1986) 선생의 학창 시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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