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타인에 대한 판단은 나를 통한 결과물이다
남의 단점이 보인다는 건 자기한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야.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대화 속에선 상대의 숨은 뜻이나 의도를 정확히 캐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저 눈치껏 사회의 통상적인 뉘앙스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가끔 상대의 저의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오지요.
'어, 저 사람 나한테 싸움 거는 건가?' 하는, 자칫하면 다툼과 떨어짐으로 귀결되는 그 이상한 뉘앙스를 느끼는 순간이.
1년 전, 회사가 오픈 오피스(칸막이를 없애고 열린 공간에서 직원들 간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사무실 환경)를 선언하고,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모두가 적응에 힘들어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팀 옆엔 아주 시끄러운 디지털 다트 판이 걸려 있었지만, 대부분이 우리 팀의 집중력을 위해 오후 6시 전까진 사용을 자제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6시 1분 쯤 누군가가 다트판으로 걸어오더니 "6시 지났네~"라는 멘트를 날리며 다트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저거 우리 들으라고 하는 소린 것 같은데, 정말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슈는 그 다음날 점심을 먹을 때 본격적으로 등판했습니다. 다들 코에서 뜨거운 김을 훅훅 불어내며 흥분해 있을 때쯤 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우리를 배려해 준 말이 아닐까?"
그간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의견에 나는 우선 화를 덜어내고 천천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 그 사람의 의도는 그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럼 내가 판단한 건 뭐였던 거지? 그때 리틀 포레스트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남의 단점이 보인다는 건,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 나는 별거 아닌 그 한마디도 나쁘게 해석을 해버린 것이죠.
아마 나라면 그런 말은 남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했을 거라는 생각을 거쳐 내린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어떤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그 말을 한 사람만 압니다. 결국 '그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말했을 거야'라는 것은 '나라면 이런 마음으로 말했을 거야'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은 결국 내 멋대로 하는 판단이었으니까요.
그 일 이후 모든 타인에 대한 판단은 나를 통과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그 후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순간에 놓였을 때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쳐버리는 자신에 대해 말이죠.
우리는 타인을 100%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단지 내가 쌓아 온 사회적인 정보력으로 판단만 할 뿐입니다. 그 판단에서 남의 단점이 보인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단점이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자료는 내 안에 축적된 무언가일 테니까요.
이제는 남을 향한 판단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100%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멋대로 해석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