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결혼, 두 사람이 차리는 가장 따뜻한 식탁
결혼을 하면 밥을 같이 먹는 사람, 식구가 생기고 아이를 낳으면 식구는 늘어납니다. 예전에는 식구가 많은 것이 자랑이었고, 행복의 상징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혼밥, 혼술, 혼행 등 함께 보다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같이 밥 먹기 싫은 날은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해도 얼마든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결혼 전부터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 잘 먹고 다니는 편이었죠. 결혼 후에도 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도 많았고, 볼일 보다가 시간이 나면 혼자서도 음식점에 들어가 끼니를 잘 챙겼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것을 즐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혼자 식당에 갔는데 음식이 맛있으면 누군가가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식구들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식당은 꼭 연락처를 챙겨와 언제 같이 와야지 합니다.
이제는 혼밥,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던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죠. 아마 식구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의 변화일 것입니다. 남편은 혼자 먹는 밥을 무척 싫어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정 반대의 성향인 이런 면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보면, 그리고 피곤하다보면, 또 33년 밥만 했다는 핑계를 대다보니 가끔은 밥이 하기 싫어지기도 해서 남편이 밖에서 식사를 하고 왔으면 하는 기대를 할 때가 있었죠. 최근외부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남편이 일주일에 몇 번은 혼자 식사를 해야 해서, 저녁 준비를 미리 해두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남편은 젊을 때는 있는 반찬도 혼자 꺼내서 먹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내가 그렇게 만들었나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하기 싫은 일은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요즘은 준비 해놓고 나가면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면서 혼자서 잘 차려 먹습니다. 나는 혼자 먹는 데에 익숙하지만 남편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외로울 듯 싶어서 집에 있을 때보다 반찬에 더 정성을 들이다 보니 나는 항상 굶고 물만 겨우 챙겨 나오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나와 달리 남편은 밖에서 혼자 하는 식사는 무척 싫어합니다. 한번은 동네 식당에 가서 갈비탕을 시켰더니 살도 없이 조그만 갈비뼈만 나오고 도무지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빈약해서 화가 나서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는 말을 해서 애처롭고 미안했죠.
나는 가족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보고 만들어 주는 편입니다. 그럴 땐 아이들의 의견을 주로 반영하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집 안의 이런저런 재료를 활용해 특별한 요리를 선물하곤 합니다. 그러면 평범해질 수 있는 식사 시간이 모두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이것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식탁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입니다.
젊을 때는 남편이 늘 바빠서 같이 있는 게 익숙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부딪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감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어느덧 익숙해져서 잘 붙어 다닙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편이 모임에 나가서 혼자 저녁을 먹게 되면 허전한데 예전에는 어떻게 이런 시간들을 굳세게 잘 보내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에 대한 꿈, 식구가 있었으면 하는 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십대 중반이 되어도, 오십대 후반으로 들어서도 쓸쓸한 식탁에 앉는 사람은 누구라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식구를 원합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익숙했던 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호한다는 요즘 20대도, 왁자지껄 떠들며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함께하는 식구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습니다. 그 어떤 맛있는 음식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탁만 못하다는 게 나의 철학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식구를 위해 저녁을 준비합니다.
오늘, 당신이 먹는 밥이 좋은 사람과 먹는 따뜻한 밥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