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잔소리가 소용없는 자식들에게
학창시절 장래희망을 승무원으로 정하고 부모님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부모님은 무조건 자식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으니까요. 결국엔 모험심 넘치는 직업의 대명사인 기자가 되었지만, 결혼을 한 뒤 출산을 앞두고 휴직을 했고, 생각지 못하게 아들이 아프게 되면서 복직이 물 건너가 버렸습니다. 남편 외벌이로 이들 치료비와 딸 교육비를 충당하려니 가정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죠.
다시금 부모님의 걱정이 이어졌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생각하시는 마음에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여러 직종을 소개해주셨지만, 하나같이 딱 내가 싫어하는 일들 뿐이었죠. 결국 난 원하던 글 쓰는 일로 삶을 재건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원한 인생과 내가 원한 인생은 그렇게 방향이 달랐던 것이죠.
잔소리가 소용없는 게 자식입니다. 자식이란 자고로 ‘비만 오면 울어 대는 청개구리’라고도 하죠. 슬프게도 자식 된 자의 본성이 그런가 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저 자식을 믿고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뿐일 것입니다. 삶이란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고 후회가 있더라도 스스로 한 선택이기에 기꺼이 책임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젠 나와 내 자식들의 차례입니다. 딸이 내 뒤를 이어 기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오려 할 때마다 "자식은 청개구리다. 개굴개굴"이라며 주문이라도 외워야 할 판입니다. 자식들은 알아서 각자의 길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저 믿고 이해하고 지지하고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임을 잊지 말아야 할테니까요.
부모로서 내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내 인생이나 잘 사는 것. 남편이나 나나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로 늙어갈 수 있게 우리나 잘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식들이 찰떡같이 배울 테니까요.
84년도에 나온 김수철의 ‘젊은 그대’라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젊음의 태양을 마시자
보석보다 찬란한
무지개가 살고 있는 저 언덕 너머
내일의 희망이 우리를 부른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아아 사랑스런 젊은 그대
아아 태양같은 젊은 그대
미지의 신세계로 달려가자
- 김수철 노래 <젊은 그대> 중에서
젊은이들은 자고로 내일의 희망을 따라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데 요새는 영 힘을 내기 어려운 것 같아 어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 노래 가사 속의 젊은이들처럼 우리 아이들이 존재 그 자체로 영롱하게 빛나는 젊은이가 될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고 그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쩌면 지금 젊은 세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어줍지 않은 위로나 충고가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는 말이나 행동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순전히 나의 마음속에서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다보니 안타깝지만 그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잔소리가 도무지 소용없는 자식들에게, 그들이 스스로 무언가 해나갈 수 있도록, 무언가 배워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이 시기를 훌륭하고 빛나는 실패의 경험들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내가 있던 그 자리에서 응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