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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Feb 20, 2024
  • 1

누구나 ‘이 사람과 함께라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 속에 결혼합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막연함은 곧 막막함으로 바뀌곤 하죠.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남들 사는 것만큼만 사는 것도 사실 엄청 힘든 일입니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들어가는 돈은 무한정이죠. 누가 그랬던가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신혼 초 파이팅 넘치던 사랑과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시간이 흐르고 일상에 찌들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냥저냥 목표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득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옵니다. 결혼을 잘못한 걸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던 걸까? 왜 나는 능력 있고 자상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걸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의 연쇄작용은 거슬러 올라가 결국 어린 시절까지 되짚어 보게 되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도 온전히 못 받으며 자란 이가 있습니다. 다른 복 하나 없이 오로지 일복만 터진 인생에 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20대를 보냈지만, 결혼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키우는 재미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24시간이 모자랐죠. 배우자와의 사랑도 별반 특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행하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는 한번은 1년에 딱 한 번 휴가를 가는데 하필 비가 왔습니다. 가는 내내 차가 막혔는데, 지친 가족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죠. 축축한 텐트에서 아이들과 끼어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 몸은 무겁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아침은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했고 남들처럼 럭셔리하게 리조트로 가지는 못할망정 비 오는 날 야영이라니 참 궁상맞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집 마련도 늦어져 다섯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고,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으로 일 과 살림, 육아를 동시에 해내느라 초죽음 직전까지도 갔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지금의 그는 그 당시의 간절히 원했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여유, 사회적 지위 그리고 명예 등… 그런데도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아름다운 추억처럼 느껴지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지고 과거와 비교하면 행복해진다고. ’누구네 집은 몇 평에서 사는데, 옆집 아이는 벌써 알파벳을 외운다는데 우리 애는 왜 아직 한글도 못 뗄까. 친구 아내(혹은 남편)는 벌써 과장 달았다는데, 우리 배우자는 아직도 평직원이라니 창피해…‘등등. 100% 만족하는 삶은 없습니다. 남이 가진 제일 좋은 것과 내가 가진 평범한 것을 비교하고 있으니 이것은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이죠.

내가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의 기준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여야 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만큼, 현명해지고 아름다워지는 사람, 진짜 행복한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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