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에요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풍경을 그리라
하셨는데 그림에 소질이 없는 저는
나무 몇 그루를 그리고
친구들과 놀기 바빴어요
미술시간이 끝나고 나머지는 숙제로
해오라는 선생님의 말과 함께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때 수업이 끝나면 아빠가 데리러
갈 거라는 엄마의 문자가 왔어요
4시가 넘어 학교가 끝났는데
전 교실 밖을 나가지 않았어요
교문 앞에 우산을 든 아빠의
모습이 보였거든요
방금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머리,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
전 아빠와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고
여섯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어요
그림을 주섬주섬 챙겨 학교 밖을 나서는데,
그때까지 교문 앞에 서있던 아빠가
얼른 가자며 환하게 웃어주셨죠
그때는 말 못 했지만
"제 삶을 사랑으로 채워준 아빠 고마워요
이제는 제가 아빠의 삶을 사랑으로
채워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