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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Nov 17, 2020
  • 32

너무 고마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나태주 시인 부인의 화답시 -

나태주 시인이 쓴 시에 대한 아내의 화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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