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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사무간사
  • Jun 02, 2019
  • 84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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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가 다 떨어져 아들과 가까운 백화점으로 갔다
‘슬리퍼가 뭐 이리 비싸...’하고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쓸 만하면 속 시원한 가격은 아니고, 가격이 마음에 들면 불편하고...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할 때 눈에 띈 슬리퍼
가격도 반이나 할인을 한다 모두 만족!
‘이것 주세요’ 계산하려고 돌아섰는데
아들이 스파이더맨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오~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에 미안함과 감격스러움이 교차를 한다...

이제 열 살인 아들은 자기가 뭘 사고 싶어도 참는다
가끔 그런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학교 앞 문방구의 뽑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꾹 참는 아이다
그런 아들이 미련 없이 값을 지불을 했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일에 순간 미안함과 대견함, 이 빚은 어떻게 갚지?

“아빠 슬리퍼 마음에 드세요?”
라고 물어보는 아들의 질문에 즐겁게 대답을 한다
이 녀석 만할 때 설빔 새신을 신을 때처럼 설레인다
그러다가 문득 열 살 때 아버지 생각이 난다
미장일로 새벽부터 나가셔서 밤이 늦어야 돌아오셨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신발은 구멍이 숭숭난 하얀 고무 샌들이었다

나이 육십이 안 되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싸구려 신발 하나 사드리지 못한 게 참 죄송하다
지금 이 감격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이 죄송하다

옆에서 늦게까지 노느라 곤히 잠든 아들의 등을 긁어주며
이 아이의 아비가 되게 해주심에 감사해 한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나보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가 되나보다!

- 행복한가 가족 / 성정근 -

 

Nostalgic - 추억의 향기  letter_on.jpg

 

출처:사랑밭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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