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빈자리가 있어 기분 좋게 앉았다. 잠시 후, 스무 살 즈음의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내가 앉은 좌석의 손잡이를 잡고 섰다.
뽀얀 피부에 단아한 옷차림, 한 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티가 나는 예쁘장한 여학생이었다.
그 순간, 버스가 횡단보도 신호 때문에 멈춰 섰다. 창 밖으로 남루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물건을 잔뜩 실은 손수레를 절룩거리며 힘겹게 끌고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만 지켜 본건 아니었나 보다. 뒷좌석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불쌍하기도 하지. 쯧쯧." "그러게요.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추운데 고생이 많네.."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예쁜 여학생이 창문을 열고, "아빠~~~~" 하고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설마'하는 눈초리로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손수레를 끌던 아저씨는 걸음을 멈추곤 "이제 집에 가니?" "네, 아빠!" "옷은 왜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오셨어요? 감기 들면 어쩌려고요"
딸을 보며 아빠는 웃음 짓는다. 딸도 아빠를 보며 웃는다. 그 웃음에서 빛이 난다.
아저씨는 많은 사람 앞에서도 당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딸이 고맙고 흐뭇하신 모양이다.
그런 딸이 얼마나 예쁠까? 그렇기에 이렇게 추운 날에도 딸자식 위해 불편한 몸 이끌고 나오신 거겠지.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 아이,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참 곱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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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들과 길가던 중, 아빠를 피해 돌아간 기억. 혹시 가지고 있나요?
친구 아빤 멋진 양복차림인데 우리 아빤 흙 뭍은 옷차림이라서? 친구 아빤 멋진 승용차인데 우리 아빤 낡은 트럭이라서?
그리고 10년 후 아버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아리며 눈물 맺히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피하지 말걸, 달려가서 손이라도 잡아드릴걸..
출저 : 다음 카페_찬양이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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