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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박춘건
  • Feb 02, 2008
  • 3402
[토요 편지] 아버지의 눈물  

폐차장으로 일 나가는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귀때기 새파란 놈들에게 막말을 들으며 온종일 망치질을 하셨다. 엄마는 동대문에 있는 음식점에서 온종일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푼돈을 받아오셨다. 엄마 아버지에겐 코뿔소의 뿔이 없었다. 바람 한 줄기 치받을 수 있는 염소의 뿔도 없었다. 내가 어릴 적, 엄마 아버지는 자주 싸웠다. 가난 때문이었다.

늦은 밤, 단칸방에 잠들어 있던 어린 자식들은 천둥 같은 아버지 고함소리에 깨어났다. 술 취한 아버지는 밥상을 집어 던졌다. 누나가 울었다. 형도 울었다. 나도 울었고 엄마도 울었다. 아버지가 무서웠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아버지 잘못했어요." 형과 나는 잘못을 빌었다. 잘못도 없이 잘못을 빌었다. 형과 나는 그만큼 어렸다. 자정 넘어 싸움이 그쳤다. 우리는 울음을 그치고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창문 밖, 달빛은 평화로웠다. 눈물 젖은 달빛이 둘도 되고 셋도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떡국을 밥상에 올리셨다. 설날 아침이었다. 김치 하나에 떡국이 전부였다. 계란만 올려진 초라한 떡국이었다. 찌그러진 밥상에 둘러 앉아 우리들은 말 없이 떡국을 먹었다. 젓가락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침묵 사이로 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떡국을 먹던 아버지가 울음을 터트리셨다. 아버지는 안으로 안으로 울음을 삼키셨다. 울음 소리는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우셨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셨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을 글썽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왜 우셨을까, 두고두고 생각했다. 전날 밤에 있었던 일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사는 게 힘드셨을지도 모른다고 스치 듯 생각했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나도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가 되어 알게 되었다. 가난한 밥상에 둘러 앉은 가난한 아내와 자식들 때문에 그 옛날 우리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푸르렀던 아버지는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셨다. 나는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나를 낳아준 두 마리 늙은 낙타를 등에 지고 가겠다는 약속이다. 낙타는 엄마 아빠의 무덤을 등에 지고 다닌다. 그래서 낙타의 눈은 당신과 나의 눈처럼 슬프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 눈물로 징검다리를 만든다. 그 눈물은 밥이 되었다가, 길이 되었다가, 밤하늘 별이 된다. 세월이 지난 뒤, 우리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보고 싶은 얼굴이 된다.

이철환(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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