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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박춘건
  • Aug 07, 2007
  • 3584
[에세이―우애령] 함께 걷는 길  


일전에 영국 방송이 어떤 특정 장소에서 다른 장소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공모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식의 문제였다. 비행기로 간다, 고속철로 간다, 버스로 간다, 승용차로 간다 등 온갖 대답이 몰려들었지만 일등상을 받은 답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간다’였다고 한다. 물리적인 거리만 생각한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대답이었다.

며칠 전 그 이야기가 새삼 떠오르게 하는 중년 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사소한 일 같지만 참 인상적이었다. 하는 일이 여러 가지로 다 여의치 않게 되자 남편이 크게 낙담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의욕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돕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라 도울 길도 별로 없더라는 것이다.

이 여성이 선택한 방법은 남편이 산책을 나설 때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드라마를 보다가도 ‘나 좀 걷다 올게’하고 남편이 말하면 만사를 제치고 따라나서서 함께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두세 달이 지나자 점점 남편의 우울증이 완화되는 기색이 보이고 얼마 전에는 남편이 인생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서 당신이 가장 좋은 친구라고 머뭇거리면서 고백했다고 한다. 자기 곁에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었고 아내를 위해서라도 자기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적당한 속도로 걸을 때 사람들의 마음이 제일 평온한 상태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도하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엔 반드시 산책할 장소가 있는 것을 보면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이 즈음에 가족들간 불화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징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함께 걷기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과 함께 걷기를 거절하거나 함께 걷다가 되돌아서서 다른 길로 가버리거나, 혹은 속도가 맞지 않아 서로 화를 내다 마침내 헤어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남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던 그 여성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함께 걷기만 했는데 남편에게 큰 힘을 준 것 같아요. 저도 사실은 남편의 고백을 듣고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속으로 놀라기도 했어요.”

우애령(소설가·현실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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