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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박춘건
  • Mar 16, 2006
  • 3811
[에세이―김지연] 커피를 타는 즐거움  

회사에서는 누가 커피를 탈 것인가에 대해 매우 민감한 분위기가 있다. 특히 여자 후배들의 경우 자신이 그 일을 하러 들어온 사람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해 커피 앞에서는 아주 냉담해진다. 나의 첫 직장 역시 커피 담당 여직원이 있었는데 분명 계약서상 그녀가 커피 타는 일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을 텐데도 커피는 모두 그에게 맡겼다. 하지만 사회변화를 위해 고민해오던 선배들이 많이 모여 있던 그 첫 직장에서조차 커피를 타고 그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이 한 여직원의 일로 맡겨져버린 데에는 좀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내가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것은 회사와 고용관계로 문제가 생길 즈음 선배들은 점점 자제력을 잃고 하루에 몇 개나 되는 플라스틱 컵들을 써댔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씻거나 씻는 자리에조차 갖다놓는 법이 없었으며,아침에 사무실에 오면 밤새 고민한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지 컵들은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었다. 그 뒷감당을 한 사람이 도맡아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나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선배들을 향해 따끔한 말을 던졌다. 그 이후 커피 담당 여직원은 커피 타는 일이 아닌 그녀의 전공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에야 일회용 컵을 많이 이용하고 또 자신의 컵은 자신이 씻는 경우가 많지만, 손님이 왔을 때만은 그 일을 누가 할 것인가가 모호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모호한 경우일수록 나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아주 기분 좋게 커피를 탄다. 차를 타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고 그 차를 기분 좋게 받는 손님을 맞는 일도 꽤 신바람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에 대한 친숙함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우리 집에는 항상 손님이 많았고 그 손님들이 오면 어머니는 우리 막내가 타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손님들에게 떠들썩하게 자랑을 하고는 꼭 내가 타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렇게 타간 커피에는 손님들의 엄청난 칭찬이 항상 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커피가 무어 그리 맛있었을까 하지만 칭찬이 사람에게 미치는 에너지란 이렇게 성장해서도 좋은 기운으로 미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상사를 찾아온 손님에게도 차 대접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까마득히 어린 후배의 손님에게는 더 친절히 커피를 대접한다. 그렇게 했더니 자연히 커피는 아무나 타도 되는 것이며,누군가를 대접하는 즐거움과 웃음으로 사무실이 더 밝아졌다.

김지연(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profile
    직장생활 할 때 커피 많 ~이 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고 업무가 많아 바쁘면서도 나 역시 당연하게 했던것 같습니다. 개인의 인격과 전공업무를 하는데 있어서는 동등해야 하는데 말이죠! 가정에서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다들 직장,학교로 바쁘니 누가 꼭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 공동의 일로 생각하고 먼저 시간이 되는 사람이 가정일을 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불평도 불만도 없이 서로가 도우며 살 수 있겠지요...기분 좋은 가정, 신바람나는 가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회의 일도 마찬가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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