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중년은 아름답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지끈거립니다. 얼굴도 너무 화끈거리고 홍조가 심해서 짜증나고, 사람은 만나기도 싫고요. 갑자기 열이 나고 더운 게 조절 되지도 않습니다. 먹는 것은 쳐다보기도 싫고,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뛰고 온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 땅 속으로 푹 꺼질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남편도 아이들도 다 귀찮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괴감, 후회, 분노, 서글픔, 외로움 등 감정의 노예로 전락하는 느낌이라 환멸이 납니다. 들끓는 활화산 상태로 몇 년이나 지났는데 도무지 폐경 이전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마음의 변화 등이 아닌 호르몬 변화로 맞이하는 갱년기는 월경이 정지되어 폐경으로 접어드는 기간으로 모든 여성이 일생의 어느 시기에 겪는 일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의학적 치료와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폐경이란 말 대신 ‘완경’이라는 말을 읊조려 봅시다. 초경을 시작하여 비로소 완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춘기를 맞이하여 느꼈던 변덕스러운 마음과 몸의 변화를 거쳐 이제 비로소 완성된 여성으로 거듭나는 것이죠. 물론 난소 기능은 다른 생물학적 단계로 이행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전보다 더욱 더 깊고 진하게 그 과정을 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완경을 한 여성에게 생식적 기능에만 충실한 얘기를 해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뿐하게 무시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더 이상의 고통과 출혈은 겪지 않아도 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까요. 갱년기는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자 치유의 시간입니다. 슬프고 분노가 들끓고 자괴감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분히 게워내고 토해내고 자책하게 만들었던 시간으로 부터의 해방이 시작된 걸 우리는 축복해 주어야 합니다.
완경을 한 어떤 여성은 더 이상 얽매일 게 없는 느낌이 참 자유롭다 했습니다. 그녀는 풀 학교에서 열심히 풀을 들여다보고, 산과 들로 사부작거리며 열심히 움직입니다. 모를 때는 잡초였던 풀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싱그러운 요리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요리도 해보고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완경 이후에는 빨리 늙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삭신이 아팠다는 여성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신 있게 ‘완경선언’도 했다는 말이 참 뭉클했습니다. 그저 생애주기의 전환으로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남편이나 자녀에게 축하 받아야 할 일로 말했고 근사한 선물까지 받았다는 이 원숙한 여성은 참 지혜롭게 변모해 가는 듯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삶에 가장 나중에 오는 것이 ‘지혜’라 했던가요. 아무래도 그 얘긴 완경을 한 여성에게 바쳐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의 몸에 대해서 더욱 많은 공부와 경험을 나누어야 합니다. 완경 이후 내 몸에 일어나는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정신승리로만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수지방산인 연어나 호두, 달걀, 해조류 등 오메가3 섭취와 호르몬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갱년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숨기고 숨겨서 혼자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양지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생애주기와 내 존재를 위해서 말입니다.